“세상 참 좁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우연히 건너건너 아는 사람을 공유하는 경우나 스쳐지나갔던 인연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다시 만나는 경우에 던지는 말이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지만 사람과 사람 간에 이어져 있는 연결의 망을 확장해 보면 생전 보거나 만날 일 없는 지구편 반대의 사람까지 연결된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 중개인 또는 그 사람과 가까운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이 소포를 전해주세요.” 1967년 미국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사람들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넓게 퍼져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한다. 보스턴에서 일하는 한 증권 중개인에게 소포를 전달하는 일종의 연쇄편지 실험이었다. 소포는 보스톤으로부터 2,525Km 자동차로 약 2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의 네브라스카 주의 오마하에 살고있는 160명의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에게 주어졌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소포는 증권 중개인과 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미국 전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놀랍게도 160개의 중 42개의 소포가 증권 증개인에게 도착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100명이상의 사람들을 거쳐 소포가 전달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는 최소 3명, 최대 11명, 평균 5.5명의 사람들을 거쳐 소포가 전달되었다. 약 6명만 거치면 모든 사람들은 서로 아는 사이가 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딱 6명만 거치면.
밀그램의 ‘좁은 세상 실험(small world expriment)’은 이후 연결짓기 콘셉으로 다른 심리학자, 사회학자, 수학자들의 도전으로 이어진다. 1990년대 극작가 존 그웨어에 의해 <식스 디그리스 오브 세퍼레이션(six degrees of separation)〉이라는 제목의 연극과 영화로도 상영되고 ‘여섯 단계 분리 법칙(six degreesof separation)’으로 정리되었다.
2008년 우리에게 <풋루즈(Footloose)>, <할로우맨(Hollow Man)〉, 〈일급살인〉, 〈리버 와일드〉등으로 알려진 영화배우 케빈베이컨(Kevin Bacon)은 인기 토크쇼 <존스튜어트쇼>에서 두 대학생에 의해 신(神)으로 증명되었다. 방청객들이 영화배우 이름을 무작위로 댈 때마다 케빈 베이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엠마 톰슨은 <주니어>에서 파멜라 리드와 출연했고, 파멜라 리드는 <필사의 도전(The Right Stuff)>에서 에드 해리스와 출연했으며, 에드 해리스는 <아폴로13>에서 케빈 베이컨과 출연했다. 신기하게도 이와같이 할리우드의 영화배우들은 대부분 두 단계 또는 세 단계를 거치면 케빈 베이컨과 연결이 되었다, 여섯 단계의 분리 법칙을 실감나게 전해주었던 토크쇼는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켜 영화배우나 유명인들의 연결고리 게임으로 까지 유행하였으며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Six Degrees of Kevin Bacon)’으로 알려 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용학 교수는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이론’을 2004년에 조사하였다.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허브’ 의원들이 모두 몇 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총 몇 단계 만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 조사에서 김근태 의원은 총 164명의 여야 의원에게 평균 3.85단계 만에 자신의 의사를 전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에다 혈연, 지연, 학연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경로가 짧아야 3.6명이라는 조사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온라인, 소셜미디어 상에서도 이 연결의 법칙은 유효하다. 2007년에는 쥬어 레스코벡(Jure Leskovec)과 에릭 호로비츠(Eric Horovitz)가 2억 4,000만 명을 오가는 MSN 인스턴트 메시지의 대화로 구성된 300만 개 데이터를 조사하여 평균 6.6의 경로를 거쳐 사람들이 연결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2010년 트위터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보다 좀 더 짧은 4.67로 파악되었다. 최근 페이스북의 분석에 따르면 페이스 북 유저들의 평균 연결 단계는 3.57 단계 였고, 미국 내에서는 3.46 단계였다고 한다. 이처럼 미디어에 따라 매개인 숫자는 약간씩 달라지지만 서로를 연결하는 ‘여섯 단계 분리 법칙(six degreesof separation)’은 여기에도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네트워크 연결은 두 가지의 연결 형태를 가지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거의 매일 만나는 직장동료와 같은 각별한 사람들과 맺게되는 강한 연결(strong link)과 아주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얼굴 정도 서로 알고 지내는 관계인 약한 연결(weak link)가 그것이다.
강한 연결은 원초적이고 지속 가능성이 높고 그 특성상 좀처럼 변하지 않는 관계를 형성하여 심리적 행복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약한 연결도 그 가치를 다시 평가받고 있다. 대부분 소셜미디어상에서의 사람들의 관계는 친구의 친구, 강한 관계로 연결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멀어져 뜸하게 연락을 주고 받는 사람들, 일상생활에서 가끔 만나는 사람들과의 연결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러한 소셜미디어상의 사람들을 느슨한 관계의 인맥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소셜미디어 상의 느슨한 관계는 유지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아도 되지만 실용적인 정보, 특히 결정적 순간에 적절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잘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나누는 동안 휴식이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단 장점으로 최근 크게 확산되었다. 그 결과 소셜미디어 상에 약한 관계의 연결이 크게 늘어남을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친구가 1,000명이 넘는다고 해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150명 정도이며, 이 중에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고작 20명도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옥스퍼드대 교수인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주장한 것으로, 아무리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인원은 150명이라는 이야기이다. 던바 교수는 전 세계 원시부족 형태 마을의 구성원 수가 평균 150명 안팎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을 근거로 이 이론을 주장했다. 또 조직에서 집단을 관리할 때 150명이 최적이며 그 이상이 되면 2개로 나누는 것이 더 낫다고 밝혔다.
또 하나 사회적 연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끼리 더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소위 ‘코드’가 맞지 않으면 100명을 거쳐도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단순히 몇 명을 거치면 누구든 만날 수 있다는 피상적 사실보다는 한 명을 알더라도 제대로 깊이 있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맥의 숫자보다는 그 깊이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상의 약한 관계, 느슨한 관계에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감, 소외감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닿아있다. 인터넷,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이제 하나 이상에 네트워크에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상시 접속 상태, 올에이즈 온(Always On) 세상에 살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 지는 약한 관계는 심도 낮은 대화를 주로 하여 연결에서 오히려 소외감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보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프라모델 제작에 대한 포스팅을 했을 때 많은 친구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거나 댓글로 응답하지 않는다면 생각지 못한 소외감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또 다른 관계 연결로 옮겨가고 있다. 이전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의 관계 연결의 중요한 기준은 ‘그 사람을 내가 아느냐 모르느냐’ 이었다. 이러한 ‘알 수 있는 사람’으로 연결 짓는 관점을 떠나 이제는 나와 같은 취향의 공통점이 있느냐로 연결을 만드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버티컬(vertical) 관계 형성의 트렌드가 일고 있다.
같은 취향과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연결짓는 버티컬 시대에 그 중심의 하나로 ‘해시태그(Hashtag)’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시태그는 ‘#특정단어’ 형식으로 구성된다. 특정 단어에 관한 콘텐츠라는 것을 표시하는 기능이다. 이 해시태그를 클릭하면 이와 관련한 콘텐츠를 모아서 볼 수 있고 그 콘텐츠와 관련하여 당신의 콘텐츠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즉 나와 같은 관심사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이다. 모 서비스 광고의 문구처럼 ‘내 관심사와 관련된 콘텐츠만을 찾아보기에도 바쁜 세상’에 말이다.
사람들과의 연결지어지는 방법들은 지속적으로 시대에 따라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 어느 누구와도 어떠한 관계로든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숨겨진 비밀, 시대를 관통하는 연결의 법칙을 이해하고 낯선 사람들의 놀라운 힘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일 것이다. 어떤가 “세상 참 좁지 않은가?”
이 글은 '모터스라인' 2016년 4월호에 송고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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